[제26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 “반도체 기술, 인류 공통의 문제로 바라봐야”
[제26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 “반도체 기술, 인류 공통의 문제로 바라봐야”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4.07.20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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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 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교수, 17일 ‘첨단 반도체 기술과 반도체 산업 지형 변화’ 주제 강연
신창환 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교수가 17일, 제26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창환 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교수가 17일, 제26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경제뉴스 박시현 기자] 신창환 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교수가 17일 제26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과 반도체 산업 지형 변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신창환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반도체 시장이 그동안 어떻게 성장해왔으며, 현재 AI 시대를 맞이해 향후 시장을 전망하고, 반도체 기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소개했다.

신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1990년 500억 달러, 2002년 1410억 달러, 2018년 4660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에 1조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의 이같은 성장에는 몇 번의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가 1990년 PC 시대의 개막으로 그 해 전세계 PC 판매량이 2500만 대를 넘어섰다. 두 번째는 2002년 블랙베리의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이어 2008년에 아이폰, 갤럭시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세 번째는 2018년 AI 시대의 개막으로, 2018년은 정보통신 기기가 생성하는 데이터가 사람이 생성하는 데이터를 초월한 시점이었다. 이때 대한민국 반도체 기업 두 개가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 기술이 계속 발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에 최근과 같이 반도체 기술 발전의 정체 현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있었지만 1986년 반도체 기술이 ‘바이폴라 정션 트랜지스터(BJT)’에서 ‘메탈 옥사이드 세미컨덕터 필드 이펙트 트랜지스터(MOSFET)’라는 새로운 소자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기술 정체를 해소했다.

이러한 기술 발전에 힘입어 1986년부터 2003년까지 서버 성능은 매년 50%씩 향상됐다. 이때가 반도체 기술 1차 격변기였다. 이후 서버 성능 성장률이 2000년대 23%, 2010년대 12%, 최근에는 5%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 1차 반도체 기술 격변기에 반도체 소자의 핵심 기술이 바이폴라에서 CMOS로 진화하고, 이에 힘입어 PC 시대가 열리면서 저가 메모리 시장이 덩달아 커졌다. D램은 원래 인텔이 만들었지만 이 D램 시장을 일본에 넘기고 CPU라는 고급 설계 분야로 넘어갔다. 이 시기에 일본이 메모리 시장의 승기를 잡고 엄청난 성장을 했다. 미국은 메모리 중심에서 CPU 중심으로, 제조 중심에서 설계 중심으로 넘어갔다. 2000년대 초반 팹리스가 등장하고 미국은 팹리스들이 경쟁하면서 고수익 분야의 신기술을 창출했다.

그런데 팹리스 기업이 등장하면서 반도체 생태계는 급변하고 혁신 동력이 감소했다. 팹리스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보다는 현재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설계 기술에 주로 투자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투자가 대폭 감소했다. 2018년에 AI 시대가 개막했다고 했는데 이때부터 모든 기업들이 각자 칩을 설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설계한 칩을 만들어주는 회사로 TSMC가 나왔다.

과거에 반도체 기술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 설립한 연구기관인 세마테크와 SRC다. 세마테크는 제조 공정 기술을 특히 비경쟁 단계인 초기 연구에 한정해 기업 간 연합으로 공동 수행하는 연구기관이었으며, SRC는 반도체 기업들이 공동 출연해 차세대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을 그룹으로 묶어서 지원하는 민간기업이었다.

이러한 연구 컨소시엄은 초기 비경쟁 R&D 비용 공유로 반도체 산업의 전성기 창출에 기여했다. 그렇지만 제조에 별로 관심이 없는 팹리스의 등장으로 회원사가 감소하고, 연구하는 엔지니어도 줄고 기술 개발이 분화되기 시작하면서 결국 R&D 수요 자체가 없어지면서 세마테크는 없어졌다. 최근 세마테크를 부활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미국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이며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이 책정돼 있다.

현재 반도체 기술은 더 이상 혁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 비용의 증가로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가 감소했다. 설계 뿐만 아니라 제조기술 측면에서도 새로운 혁신 기술 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각가 반도체를 설계하는 시대다. 그러면 실제로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미래에는 반도체 위탁제조(파운드리)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반도체 기술 정체기에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 레벨의 기술 발전보다는 집적도 향상을 통한 제조 원가 절감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멈춰버린 반도체 기술 혁신의 엔진을 어떻게 재점화하고,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갈 것인가? 불행히도 누구도 반도체 기술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기술 정체기에 미국, 대만, 중국, EU, 일본 등 각 국가는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누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발전을 지속할 것인가? 과거 반도체 기술 1차 격변기에는 소모 전력의 감소, 설계 비용의 감소 등이 화두로 협력과 공존으로 대책을 도출했다. 2차 격변기에도 같은 숙제를 가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의 난이도는 몇 천배로 어렵고, 투자 규모도 훨씬 커졌다는 것이 문제다.

신 교수는 “현재는 반도체 기술의 정체기로서 반도체 기술을 기업간 경쟁으로 보는 것은 문제이다. 더구나 지금은 국가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인류 공통의 문제로 반도체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현재 미중 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뜻밖으로 화해가 이뤄져 제2의 차이아메리카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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