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함께 진화하는 ‘리걸테크’ 시장
인공지능과 함께 진화하는 ‘리걸테크’ 시장
  • 박시현 기자
  • 승인 2019.10.03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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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걸테크 본격화 궤도, 법률 자문 및 이디스커버리 분야 등 산업군 확장

[디지털경제뉴스 박시현 기자] 올해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대결이 또 한번 펼쳐졌다. 2016년 많은 이목을 사로잡았던 AI 알파고(Alpha Go)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 이어, 지난 8월 AI 변호사와 인간 변호사간 리걸테크로 법률 자문 능력을 다투는 ‘알파로(Alpha Law) 경진대회’가 열린 것이다.

2016년 미국의 리걸테크 기업 1,100여개 = 변호사 2명이 한 팀을 이룬 9개의 변호사 팀과 AI와 변호사 혹은 일반인이 팀을 이룬 3개의 AI 협업 팀이 출전한 이 대회는 1위부터 3위까지 AI 협업 팀의 완승으로 끝났다. 특히 법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과 AI의 협업 팀이 3등을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법률시장에도 AI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리걸테크에 대한 법조계의 관심이 뜨겁다.

해외 리걸테크 시장은 이미 활성화된 지 오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리걸테크 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에는 이미 1,100여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있으며,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2011년 9,140만 달러에서 2015년 2억 9,200만 달러로 4년 만에 3배 이상 커졌다.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38억 2,800만 달러에서 2019년 57억 6,3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에서는 2015년을 전후로 정부에서 범죄 프로파일링, 범죄 예측 알고리즘 등의 분야에 개발 및 투자를 진행해왔다. 기업에서도 컴플라이언스 위반 사례를 적발하거나 각종 법률 검토 등 다양한 사례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리걸테크를 접목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때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하고, 분석 과정에서 사람이 실수로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도입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이디스커버리’ 분야 도입 활기 = 현재 국내에서 리걸테크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기업 및 기관들이 겪는 각종 소송과 관련된 ‘이디스커버리(eDiscovery)’다.

최근 국내 대형 제약업체와 중소업체 사이의 보톡스 소송 등으로도 주목 받고 있는 이 분야는 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미국, 영국 등 국제 소송 진행 시 따라야 하는 법 제도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에 대응하는데 필수적이다.

인공지능 기반 리걸테크 기업 프론테오코리아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키빗(KIBIT)’을 활용,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 이메일 등의 방대한 전자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 및 분석하고, 소송에서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를 선별한다.

사람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보다 약 4,0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업무 수행이 가능해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민간 분야에서는 법률 검색, 법률 문서 작성, 변호사 검색 등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법률 검색 분야 국내 기업으로는 인간 변호사와 대결한 ‘알파로’를 선보인 인텔리콘연구소가 있다. 2010년 설립된 인텔리콘은 2015년 국내 최초 지능형 법률정보 시스템인 ‘아이리스(i-LIS)’를 선보였다. 아이리스는 법률인의 법령, 규제, 판례 조사 업무를 지원함으로써 자료조사 시간 절감과 법률 서비스 수임료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아미쿠스렉스는 법률 문서 자동 작성 및 첨삭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지난 4월 법률문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로폼(lawform)’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로폼은 내용증명, 지급명령, 합의서, 기업문서 등을 짧은 시간 내에 저렴한 비용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로앤컴퍼니의 ‘로톡’, 헬프미 법률사무소의 ‘법률상담 헬프미’, 로아팩토리의 ‘인투로’ 등은 온라인으로 변호사의 전문성, 수임료, 후기 등을 비교해 법률 문제에 따라 알맞은 변호사를 중개해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법률상담 분야에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국내 리걸테크 시장이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리걸테크 분야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 투자 시급” = 프론테오코리아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해 국내 리걸테크 시장도 확장되는 추세다. 리걸테크는 효율적인 법률 업무를 돕고 법률 서비스의 질을 높여주지만, 국내의 경우 법률 산업 관련 규제 미비와 부족한 데이터 등의 문제로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며, “국내 법률 시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AI 도입 및 리걸테크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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