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뉴스 박시현 기자] 이광형 KAIST 총장이 29일 ’제21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AI 시대 휴머니즘과 우리의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인 이광형 총장은 △도구와 사상의 변화 △21세기 휴머니즘 △AI 천하삼분지계 등을 소주제로 이번 강연을 진행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사상이 도구를 지배하면 평화롭지만 도구가 사상을 지배하면 혁명이 일어난다” = 인류 역사는 도구의 발달과 사상의 변화로 발전해왔다. 불은 언어를, 인쇄술은 르네상스를, 망원경은 지동설을, 범선은 대항해시대와 식민지개척을,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새로운 도구의 등장으로 인한 새로운 질서를 평화적으로 만드는데 앞장선 것은 사상이었다.
21세기에 새로운 도구로 지능을 가진 도구 ’인공지능(AI)‘이 등장했다. 우리는 AI라는 거대한 흐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무엇보다 휴머니즘 연구를 잘해야 한다.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이 50년, 60년 뒤 필요할 것을 예측하는 데는 인문학이 기반이 된다. 인문학은 미래 문명의 나침반이다. 사상은 인문학으로부터 온다.
그런데 지금 인문학은 위기에 놓여 있다. 휴머니즘이 붕괴하면 인류 미래 문명은 방황하게 되고 방향을 잃은 도구의 발전은 디스토피아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인간은 사고력 저하로 뇌 구조가 변화했다. 뇌는 안쓰면 쇠퇴한다. 전화번호를 몆 개나 기억하고 있는가. 운전도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골치 아프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인간이 어리버리해진 시대다.
21세기 휴머니즘의 과제는 인간의 정체성, 일자리 변화, 인간의 역할 및 위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AI가 자아 의식을 갖는다면 인류의 문명은 바뀔 것이다. 자아 의식이란 자신을 남과 구별해 의식하는 것이다. 자아 의식의 보유 판정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 여부에 있다. AI는 자기를 보호하는가? 가능성이 있다. 로봇청소기가 충전기를 찾아가고, 휴대폰이 충전을 요청하는 신호음을 보내는 것이 단적인 예다.
AI는 미래에 '유사 자아의식'을 가질 듯하다. 이렇게 되면 AI와 인간 간의 역할의 부조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는 새로운 사상의 출현이 필요하다. 휴머니즘은 존재와 역할을 조화롭게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진 <아테네 학당>을 21세기에 다시 그린다면 AI도 들어갈 것이다.
21세기 휴머니즘 2.0은 인간에 대한 이해 즉 인간의 정체성과 역할 뿐만 아니라 AI의 디지털 사고방식도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사상이 도구를 지배하면 평화롭지만 도구가 사상을 지배하면 혁명이 일어나고 공상과학 영화처럼 될 것이다. 인문학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인문학만으로는 안된다. AI 통제 기술의 연구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정글 속에서 어디로 갈지 그 길을 알려면 나무에 올라가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무에 올라가 보는 자가 인문학자이다. AI 통제 기술은 제도적으로 질서 파괴를 제재하는 것이다. 음주 운전을 제재하는 기술로 음주 측정기가 있고 또 마약 검출 기술이 있듯이 말이다.
◆“한국은 독자적 AI 기술 보유 국가, 미국·중국과 AI 천하삼분지계 가능” = AI 시대의 4대 시나리오가 있다. 이 시나리오는 AI 활용을 X축, AI 개발을 Y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시나리오 1은 AI 활용과 개발 모두 높은 것, 시나리오 2는 AI 개발은 높지만 AI 활용은 낮은 것, 시나리오 3은 AI 활용과 개발이 모두 낮은 것, 시나리오 4는 AI 활용은 높지만 AI 개발은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에게 희망 미래는 시나리오 1이며, 가능 미래는 시나리오 4이다. 한국은 시나리오 4에서 시나리오 1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시나리오 4에 머무를 것이다.
포털 보유를 기준으로 세계의 디지털 판도를 보자. 독자적인 포털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이다. 유럽과 일본은 구글 영향권에 있다.
독자적인 AI 시스템의 보유 조건은 기술력(인력), 자본력, 시장 규모이다. 한국은 AI 기술을 가진 몇 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자본력과 시장은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동남아, 아랍권과의 연합이 필요하다. 10억명 정도의 인구만 확보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삼국지>의 조조·손권이 양분한 세상에서 제갈량이 천하삼분지계에 따라 유비의 촉나라가 세워졌던 것처럼 AI도 천하삼분지계가 가능하다. 독자 AI 시스템을 보유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미주, 유럽), 중국(중화권), 한국(동남아, 아랍권) 등이다.
한국은 AI 자립 운동을 해야한다. AI를 반도체, 조선, 자동차를 지원하듯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동남아 및 아랍권 국가들과 연합할 수 있도록 외교적 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편 제22회 KOSA 런앤그로우 포럼은 12월 20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전미영 연구위원이 2024년도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